미국 텍사스주에서 인종주의자로 추정되는 범인이 난사한 총기에 생일 파티를 위해 주말 쇼핑몰을 찾은 한인 일가족이 희생됐다. 30대 부부와 3세 아동이다. 부부의 5세 아동도 총에 맞아 중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미국의 총기 난사가 한인 가족을 겨냥했다.
총기 자유화에 대한 여론 지지가 유독 높고 한인 커뮤니티가 큰 텍사스에서 벌어진 일이라 앞으로도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에 우리 동포가 무고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6일(현지시간) 발생해 최소 8명이 숨진 미국 텍사스주 앨런시 총기 난사 사건 사망자 가운데 한인 가족 3명이 포함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현지 복수의 한인회와 소식통을 포함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댈러스 외곽 소도시 앨런시의 한 아웃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인 조모(38), 강모(36)씨 부부가 숨지고, 이들의 아들 조모(3)군이 사망했다. 첫째인 조모(5)군 역시 총격을 당해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적자다.
조씨는 댈러스 지역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이며, 강씨는 댈러스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과의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친·인척들과 함께 텍사스주에서 오래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가족을 아는 댈러스 한인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들이 전날 오후 생일 파티를 위해 아웃렛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조씨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사고 당일 오후에 지역 교회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지인들이 연락하다 사고를 당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물론 가족 모두가 지역 사회에서 평판이 좋았다고 한인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아내 강씨가 소속된 지역 치과협회에서는 강씨 가족 등을 위해 온라인 기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보면 총격범은 차에서 내려 인도에 선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영상을 촬영한 사람이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날 때까지 총 30∼40발가량의 총성이 울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장에서 100발 이상의 탄피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총기 난사 사건의 피의자는 백인 우월주의와 신나치주의 성향이 있다는 수사 결과가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총을 쏜 범인은 33세 남성 마우리시오 가르시아다. 현지 경찰과 언론은 전날 오후 3시30분쯤 가르시아가 아웃렛 앞 주차장에 댄 차에서 내리자마자 총기를 난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돌격용 자동소총인 AR-15류의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은 총격범을 사살한 뒤 소총과 권총 등 다수의 무기를 발견했다. CNN은 총격범이 보안회사 직원으로 일했고 별도의 총기 훈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적어도 3곳 이상의 보안회사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2018년에는 6시간 과정인 총기 훈련을 별도로 이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사회는 올해 약 200건의 대규모 총기사건을 겪었다”면서 “1만4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어린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 총기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의회에 공격용 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고, 보편적 신원조회, 안전한 보관 장소 요구, 총기 제조업체에 대한 면책 종료 등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켜) 내게 보내 달라고 재차 요청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연방정부 기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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